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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는 많은데, '혼자 사는 기술'은 왜 안 가르쳐줄까?

by 라티프리 2025. 3. 31.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이제는 드물지 않습니다. '비혼주의'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된 지금, 오히려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인식은 점점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고 있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혼자 사는 삶’에 필요한 기술은 여전히 사회에서 다뤄지지 않습니다. 오늘은 '혼자 사는 기술'에 대한 주제로 글을 적어보겠습니다. 

 혼자 산다는 건 단순히 독립적인 주거를 뜻하지 않습니다. 이는 ‘혼자서도 괜찮은 삶’을 운영해나가는 기술과 감정, 관계의 조율을 모두 포함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런 기술들을 학교에서도, 미디어에서도 배우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떤 ‘혼자 사는 기술’을 익혀야 할까요?

 

비혼주의는 많은데, '혼자 사는 기술'은 왜 안 가르쳐줄까?
비혼주의는 많은데, '혼자 사는 기술'은 왜 안 가르쳐줄까?

비혼은 늘었지만, 혼자 사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요즘 20~30대 사이에서는 결혼을 선택사항으로 여기는 흐름이 분명해졌습니다. "혼자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가족이 아니어도 나만의 삶을 살겠다"는 가치관은 더 이상 드물지 않죠.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특히 대도시일수록 그 비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사회는 여전히 ‘혼자 사는 삶’을 하나의 예외적 상태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출이나 세금 정책에서도 여전히 ‘가구 단위’가 중심이고, 고립감이나 외로움에 대한 지원도 충분하지 않죠.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혼자 사는 삶을 잘 운영하는 법’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삶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수없이 소비되고, 연애, 결혼, 육아는 다양한 콘텐츠로 제공되지만, 혼자 사는 삶은 여전히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선택이 되었다면, 그 선택 이후의 삶도 존중받고, 충분히 준비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혼자서도 잘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들

 ‘혼자 산다’는 건 단순히 물리적으로 혼자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혼자서도 균형 잡힌 일상을 유지하고, 스스로를 돌보며, 고립되지 않는 삶을 운영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먼저 생활 기술이 있습니다. 여기엔 경제적인 자립, 식사 준비, 주거 관리, 기본적인 건강 관리 같은 현실적인 요소들이 포함됩니다. 함께 사는 누군가가 있다면 분담되었을 일들을 모두 혼자 해내야 하죠.

 둘째는 감정 관리 능력입니다. 혼자 사는 삶에는 당연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이 익숙하지 않거나 불안하게 느껴질 경우, 혼자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을 돌보고, 고독을 즐길 수 있는 태도는 혼자 사는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셋째는 사회적 연결 유지하기입니다. 혼자 살다 보면, 의식하지 않으면 관계가 끊어지는 일이 많아집니다. 친구들과의 소통, 동네 커뮤니티, 또는 온라인 모임 등 느슨하지만 지속적인 연결을 유지하는 건 생각보다 전략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기술들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회는 여전히 ‘혼자 사는 건 외롭고 쓸쓸한 일’이라고만 말합니다. 그래서 더욱 ‘혼자 잘 사는 법’에 대한 교육과 콘텐츠가 필요해지는 겁니다.

 

혼자 살기 위해 필요한 건 의지보다 ‘시스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 잘 사는 사람’에게는 강한 의지력이나 뚜렷한 목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잘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의지를 덜 써도 되는 구조’를 갖춘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 식사 준비가 번거로운 사람은 미리 반조리 식품이나 밀프렙을 해두고, 운동이 잘 안 되는 사람은 출퇴근 도중 짧게 산책하는 루틴을 만들어둡니다. 이처럼 ‘의지’가 아닌 ‘환경 설계’가 핵심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특히 중요합니다. 가족이나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활 리듬이 만들어지지만, 1인 가구는 스스로 리듬을 짜야하니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효과를 본 건 ‘마이크로 루틴’입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기, 자기 전에 휴대폰 대신 책 10페이지 읽기 같은 작은 루틴을 만들면, 혼자서도 하루가 무너지지 않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무조건 혼자 다 해내야 한다’는 고립된 사고를 버리고, 혼자서도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때로는 청소 서비스, 배달 앱, 메모 앱, 감정 일기 같은 작은 도구들이 ‘혼자 사는 삶’의 파트너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혼자 산다고 하면 여전히 누군가는 “외롭지 않아?”, “결혼은 안 해?”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물어야 할 질문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살아서 어떤 점이 좋았어?”, “혼자 살면서 어떤 기술을 익혔어?” 같은 질문 말이죠.

혼자 사는 삶은 결코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할 삶이 아니라, 지금 당장 선택 가능한 삶의 방식 중 하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 살아도 충분히 괜찮다’는 사회적 상상력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미디어 속에서도 더 다양한 1인 가구의 삶이 그려질 필요가 있고, 혼자 사는 삶을 위한 정책적 배려나 정보 제공도 넓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1인 가구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생활할 수 있는 주거 형태, 정서적 돌봄 시스템 등은 이제 더 이상 사치가 아닌 필수 요소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비혼’이라는 선택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선택 이후의 삶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혼자 산다는 건 그냥 혼자인 것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삶의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와 함께일 수도 있고, 언젠가는 혼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주제는 특정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이야기입니다.